수주는 늘었는데 자재값 낼 돈이 없다 — 선급금과 보증금에 묶이는 자금
2026.08.25
일감이 들어왔습니다. 계약서에 도장도 찍었습니다.
그런데 통장 잔고가 오히려 줄어듭니다.
이상한 일이 아닙니다.
수주를 받았다고 돈이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, 돈이 먼저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.
자재를 사야 하고, 외주를 줘야 하고, 보증금까지 걸어야 합니다.
대금은 그 모든 게 끝난 뒤에 들어옵니다.
계약금이 있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하죠.
제조업과 건설업에서 특히 심한데요.
잘 되고 있는데 자금이 막히는 구간이 여기서 생깁니다.
제조업에서 이 현상이 왜 반복되는지는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→ 제조업 운영자금이 부족한 이유, 매출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이유
수주 한 건이 돌아가는 흐름을 펼쳐보면 보통 아래와 같은 구조입니다.
계약 체결 → 보증금 납부 → 자재·외주 선투입 → 제작·시공 → 납품 →
세금계산서 발행 → 45~60일 뒤 입금
└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 돈이 나가는 구간 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┘ └─ 들어옴 ─┘
돈이 나가는 구간과 들어오는 시점의 차이가 몇 달입니다.
그동안 회사는 그 돈을 자기 자금으로 메워야 합니다.
문제는 이 시기에 기존 거래처에서 받을 돈도 아직 만기 전이라는 점입니다.
장부에는 매출채권이 쌓여 있는데, 만기가 안 됐으니 손댈 수 없습니다.
자산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상태죠. 답답할 따름입니다.
가장 큰 덩어리입니다.
원자재를 미리 사야 하고, 외주 공정이 있으면 그쪽에도 선금이 나갑니다.
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이 부담이 더 커집니다.
견적은 몇 달 전 단가로 냈는데 실제 구매는 오른 가격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.
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담보로 발주처에 맡기는 돈입니다.
통상 계약금액의 10% 수준입니다.
관급 공사나 공공 발주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요구됩니다.
이 돈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묶여 있습니다.
쓸 수 없는 돈인데 회사 자금에서 빠져나갑니다.
입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보증금이 들어갑니다.
낙찰되지 않으면 돌려받지만, 그동안은 묶입니다.
여러 건에 동시에 입찰하면 그만큼 여러 곳에 묶입니다.
이행보증까지 더해지면 규모가 더 커집니다.
이 구조의 핵심은 여기입니다.
수주가 두 배로 늘면, 묶이는 자금도 두 배, 아니 그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.
그런데 들어오는 대금은 여전히 45~60일 뒤입니다.
| 수주 건수 | 선투입·보증금 | 회수 시점 |
|---|---|---|
| 1건 | 1배 | 45~60일 뒤 |
| 3건 동시 | 3배 | 각각 45~60일 뒤 |
일이 잘 풀리고 매출이 쌓일수록 자금 압박이 커지는 구간이 생깁니다.
이걸 넘기지 못하면 받아둔 일을 포기하거나, 납기를 놓치거나, 급하게 자금을 구하게 됩니다.
「매출은 늘었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」라는 감각은 대개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.
경영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.

새로 빌리는 것 말고도 방법이 있습니다.
이미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활용하는 방법인데요.
앞선 납품 건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면, 그 대금은 확정된 매출입니다.
아직 정산일이 안 됐을 뿐입니다.
이 채권을 정산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현금화하면 지금 필요한 선급금·보증금에 쓸 수 있습니다.
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매출이 실제 현금이 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는 법인사업자라면 꼭 알아야 할 세금계산서와 정산 구조에 정리해두었습니다.
대출과 다른 점은 새로 빚을 지는 게 아니라 받을 돈을 앞당겨 받는다는 것입니다.
그래서 심사도 회사의 신용등급보다 거래 자체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봅니다.
이미 대출 한도가 차 있어 추가 조달이 막힌 상황이라면 막혀있는 대출 한도, 꼭 대출만 답일까요? (ver. 법인 사업자)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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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출과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는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→ 레븐은 대출인가요? 선정산과 대출의 6가지 차이
이 시점 말고도 법인 자금이 마르는 구간은 몇 개 더 있습니다.
세금과 인건비가 겹치는 달까지 묶어서 달력으로 정리한 글을 곧 올리겠습니다.